유상증자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 글에서 유상증자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대한항공의 유증 절차를 통해서 유상증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1. 유상증자란? - 대한항공으로 살펴보는 유상증자 과정
그런데, 사실 중요한 건 주가겠죠?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라면 "유상증자" 자체 보다는, 그 이벤트가 "나의 투자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상증자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에 대해서 알아보고 몇 가지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유상증자는 싫어!
일단, 호재/악재를 따지기에 앞서 개인적으로는 "유상증자" 공시가 뜨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뭔가 새로운 변수가 발생하는게 싫어서 그렇죠 ^^;;
특히, 해당 종목에 물려있는 경우인데 주주배정 유상증자 공시가 떡하니 등장하면 골치가 아픕니다. 물려있는 상태에서 유증 한다고 돈을 더 넣어야 한다니 고민이 되죠.
손절하자니 버텨온 세월이 아깝기도 하고, 유증 받자니 더 떨어질 것 같고... 여러 가지 심적 갈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2. 유상증자는 호재일까 악재일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유상증자 종류에 따른 호재/악재 여부에 대한 기준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유증 종류에 따른 호재/악재 판단]
종류 | 판단 |
제3자배정 | 호재 > 악재 |
주주배정 | 악재 > 호재 |
주주공모 | 악재 > 호재 |
일반공모 | (강한) 악재 |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단기적으로는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호재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가장 큰 경우는 제3자배정방식입니다.
□ 제3자배정방식
2020년 유상증자 통계를 살펴보면, 거래소나 코스닥 시장 모두 제3자배정 방식이 가장 많습니다.
[2020년 유상증자 배정방식 별 증자 건수]
거래소 | 코스닥 | |
주주배정 | 27 | 31 |
일반공모 | 16 | 99 |
제3자배정 | 67 | 259 |
※ 주주우선공모방식은 일반공모에 포함
일반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호재로 받아들여집니다. 해당 기업에 투자하는 제3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회사의 상태가 괜찮은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유증에 참여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호재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겠죠?
주식수가 늘어나서 내 주식의 가치가 희석된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할인율이 10% 이내로 제한되며 일반적으로 1년간 보호예수가 걸려있어서 매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물량 부담은 없습니다. 다만 사채업자 등, 정체불명(!)의 투자자에게 배정이 된다거나, 상장폐지가 걱정될 정도의 종목이라면 한 번쯤 의심을 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 주주배정방식
개인 주주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고민할 사항이 많아지는 유증 방식입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단기적으로는 악재에 가깝습니다.
- 신주 인수를 위해 추가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하니 부담이 됨.
- 유증을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매도 물량에 의한 압박
- 납입 후 신주 배정을 받기 전까지 자금이 묶임
그리고 심리적인 측면에서, 회사가 주주배정 유증을 한다고 하면 왠지
"우리 회사에 돈이 많지는 않아요!"
라고 고해성사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죠.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고, 잘 나가고 있는 기업이라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굳이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요.
□ 주주우선공모방식
주주 배정과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신주인수권이 없다는 사실에 주주배정보다 기존 주주의 선택권이 조금 더 제한됩니다.
□ 일반공모방식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적으로 유상증자 청약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의 유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주주는 신규 주식을 배정받지도 못 받고, 할인된 가격으로 총 발행 주식수만 늘어나기 때문에 악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유증에 성공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는 희석되니까요. 그렇다고 유증에 실패하는 경우라면 그건 그대로 악재이겠죠.
※ 유증 목적에 따른 영향은 어떨까?
회사 경영상태가 어려워 운영자금, 채무 상환 목적으로 유증을 하는 경우라면,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 존재합니다. 회사가 어렵다는 걸 간접적으로 알리면서 자금을 구하는 것이니까요. 반면, 시설 확장 등 기업 성장에 필요한 명확한 사유가 있고, 우량한 회사라면 유증이 긍정적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3. 실제로는? 유상증자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
앞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내용에 대해서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떨까요? 몇 가지 예를 찾아서 유증 후에 주가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극히 일부 케이스이므로 일반화하시면 안 됩니다! 참고용으로만...
A. 제3자배정
[에스앤에스텍]
코스닥 상장기업인 에스앤텍은 2020년 7월 31일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공시를 하였습니다. 금액이 650억 정도로 꽤 큰 규모의 증자입니다. 신주 주식수 자체는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제3자배정 대상은 누구일까요? 바로 삼성전자입니다. 유상증자 중에서는 가장 호재에 속하는 제3자배정, 그것도 최우량 기업인 삼성전자가 참여하는 유상증자입니다.
주가는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긍정적으로 반영되었을까요?
결과론적으로 별 다른 호재로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잠시 상승했지만, 그 뒤로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증이 악재였던 걸까요?
사실 그 전 차트를 보면, 공시 이전에 이미 10배 이상 상승을 한 상태입니다.
공시 자체는 호재성입니다만, 이미 소문(?)이 흘러나와서 선반영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라면
"재료의 소멸"
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워낙 급한 상승을 한 터라 유증과 상관없이 조정을 받을 자리라고 봐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에프에스티]
앞의 경우와 유사하게, 2021년 3월 2일 삼성전자를 통한 제3자배정 유증을 한 종목입니다. 약 430억 가량의 유증이 발표되었습니다.
주가 흐름은 어떨까요?
공교롭게도 공시 이후에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네요.
이상하죠? 삼성전자의 투자를 받았는데.
하지만, 에스앤에스텍과 마찬가지로 전체 구간을 보면 여기도 이미 장기간 상승한 상태입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단기간에 엄청나게 급상승한 상태인데요, 역시 오른 폭에 비하면 조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B. 주주배정
[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은 2020년 12월 21일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공시를 하였습니다.
1주당 0.156 정도의 배정으로 크게 부담되는 정도의 유증은 아닙니다. 금액으로는 1조 2천억원쯤 되지만, 타법인 증권 취득, 시설 자금 등 목적 자체도 양호해서 오히려 단기간에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이후, 결국 하락하기는 하였습니다만, 한화 솔루션 역시 코로나 이후 엄청난 상승을 한 경우라서 유증의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미 많이 올랐다는 게 가장 큰 악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나가는 기업들은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에서 유증 공시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야 동일한 주식 수로 돈을 많이 끌어올 수 있으니까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엘엔에프]
코스닥 기업인 엘엔에프는 2020년 06월 17일에 유상증자 공시를 하였습니다.
자금 조달의 목적이 시설자금으로 긍정적입니다. 기계 설비, 토지, 원재료 구매 등 자금 활용 목적이 뚜렷하죠. 그리고 신규 주의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닙니다. 이 정도면 호재성 공시로 봐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시 후 주가를 보면 하루 조정을 제외하면 꾸준하게 상승했습니다. 결과론 적으로 이 경우는 유상증자가 호재로 작용했다고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2021년 5월 18일에 4700억 규모의 유증을 다시 공시하게 됩니다.
주가가 엄청나게 오른 만큼 유증 규모 자체도 거대해졌습니다. 자금조달의 목적 등은 나쁘지는 않아 보입니다만 이전 유증 후, 이제 1년 남짓 지났는데, 대규모 유증을 다시 한다는 게 크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향후 실적이 그만큼 더 좋아진다면 상관없겠죠.
일단 두 번째 유증은 단기적으로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는데요, 향후 주가는 실적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한해운]
앞에서는 시설자금 등 비교적 긍정적인 목적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살펴보았습니다. 만약 자금조달의 목적이 채무상환자금이라면 어떨까요? 대한해운의 경우 2021년 3월 31일 채무상환자금 목적의 유증을 공시하였습니다.
공시 후 주가 흐름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유증의 목적 자체가 채무 상환에 사용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깊었습니다. 다만,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아주 높지는 않아서 그런지 현재 시점에서 일단은 유증 전의 주가를 회복했습니다.
C. 주주우선공모
주주우선공모는 기본적으로 주주배정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악재로 받아들여진 경우의 흐름을 살펴볼까 합니다.
[뉴인텍]
개인 주주 입장에서 별로 겪고 싶지 않은 "감자 + 유증"의 크리를 맞는 공시가 등장합니다. 2019년 7월 12일 감자와 함께 유상증자 공시가 등장하게 됩니다.
일단 "감자"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공포가 엄습합니다. 회사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상폐 위험 기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죠. (감자는 다른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일단 주가를 보면 공시 이후 반토막 이상으로 주가가 단기간 급락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됐을까요?
감자+유증 이후 어느 정도 부활했습니다. 버티신 분들은 성공하셨네요!
[드래곤 플라이]
최근 유증 진행 중인 종목을 찾다 보니 드래곤플라이라는 주식을 발견했습니다. 잘 모르는 주식인데, 게임주인지 바이오주인지 약간 혼돈스럽네요. 아무튼 2021년 4월 30일에 유상증자 공시가 나오게 됩니다.
7월 예정인데 금액은 300억 정도 됩니다. 그런데 주식수가 거의 2배로 증가합니다. 1주당 배정 비율이 무려 0.86! 기존 주주 입장에서, 유증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도 꽤 될 것 같습니다.
일단 누가 봐도 단기적으로는 틀림없는 악재에 가까운 유증입니다. 주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하루 -17% 정도로 선방(?) 한 후 꾸역꾸역 올라서 공시 전 가격을 회복한 상태입니다.
D. 일반공모
일반공모의 경우 대부분 주주배정 후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인 경우가 많고, 순수하게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는 거의 시행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찾은 케이스는 대림산업이 분할 상장한 DL(000210) 종목의 2021년 3월 19일 공시였습니다.
다만, 이 경우 종목 분할에 따른 영향으로 일반적인 유증과는 다소 결이 다른 듯하여 제외하였습니다. (사실 분할 상장 과정에서 관계가 너무 복잡하여 미처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
4. 그래서 결론은?
앞에서 몇 가지 케이스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래서 유상증자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솔직하게 말하면...
모르겠다!
입니다. ^^;;;;
공시는 악재인데, 회사에서 유증 성공을 위해서 호재성 기사를 띄울 수도 있고, 호재성이지만 이미 주가가 선반영 되었을 수도 있고...
공식대로 100% 진행되면 주식이 아니죠.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단순하게 유상증자 사실 하나뿐만 아니라 아래와 같은 여러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 유상증자 방식
- 유증의 목적
- 기업의 실적
- 유증 시점의 주가
- 유증 시기의 시장 분위기
다만 몇 가지 사실은 정리할 수 있겠네요.
- 대부분 초단기로는 악재
- 우량 기업이 참여하는 제3자배정은 "나쁘지는 않다"
- 주주배정(공모)에서 신주 비중이 너무 높으면 좋지 않다.
- 유증 목적은 시설투자 등이 채무상환보다 낫다.
- 실적 악화 종목에서 유증 뜨면 마음고생할 수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에는 유상증자의 영향은 단기적이고, 결국에는 기업의 실적에 수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맺음말
이번 글에서는 유상증자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유상증자를 하는 기업은 많기 때문에 여기서 살펴본 예는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유상증자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준다라고 단편적으로 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만, 기업의 실적이 우수하고, 목적이 기업 확장과 관련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바라봐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대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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